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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낸다면, 죄는 누구의 것인가

📑 목차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낸다면, 죄는 누구의 것인가

    1. 인간이 운전대를 놓는 순간, 책임의 좌표도 흔들리다

    인간은 오랫동안 자동차의 주인이었다. 가속과 제동, 방향 전환은 인간의 의지로 이루어졌고, 사고가 나면 법과 사회는 언제나 운전자의 과실을 물었다. 그러나 자율주행 시대의 도로는 다르다. 핸들을 잡지 않은 운전자는 여전히 운전자인가? 알고리즘이 판단을 내린 사고 앞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죄를 논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윤리에 관한 질문이다. 자율주행차는 편리함과 효율을 약속하지만, 동시에 책임의 주체를 흐린다. 인간의 통제권이 줄어드는 만큼 법의 언어도 방향을 잃는다. 예전에는 ‘누가 브레이크를 늦게 밟았는가’로 죄를 따졌다면, 이제는 ‘어떤 데이터가 판단을 잘못했는가’를 묻는다. 사고의 서사는 인간에서 시스템으로 옮겨간다. 인간은 편리함을 얻는 대신 도덕적 좌표를 기술에 위탁한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인간의 책임은 희미해지고,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울지에 대한 물음이 남는다. 결국 자율주행은 단순한 교통 기술이 아니라 철학적 전환점이다. 책임의 무게를 인간이 끝까지 붙잡을 수 있는가, 그것이 이 시대의 근본적 질문이다.


    2. 프로그램은 죄를 지을 수 있는가 — 책임의 형이상학

    죄는 언제나 선택의 여지 속에서 태어난다. 인간의 죄가 성립하려면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율주행 시스템은 선택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데이터를 학습하고, 그 데이터가 지시하는 경로를 계산해 실행할 뿐이다. 의도가 없기 때문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으며, 후회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고의 순간, 그 행위는 과연 ‘잘못’이라 부를 수 있을까? 프로그램은 단지 규칙을 수행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생명이 다쳤다면, 사회는 책임을 묻는다. 이때의 책임은 의도나 감정이 아니라 예견 가능성의 문제로 바뀐다. 알고리즘의 한계, 데이터의 편향, 혹은 설계자의 무지가 사고를 예견했음에도 방치되었다면 그것은 도덕적 과실이다. 인간은 의도를 통해 죄를 짓지만, 시스템은 무지를 통해 잘못을 만든다. 이 차이를 법과 윤리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 “코드에는 악의가 없다”는 말은 정확하지만, 그 악의 없음이 면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철저한 감독 의무와 투명성을 요구한다. 우리는 기술이 인간을 대신 판단하는 시대에, ‘판단의 기원’을 다시 물어야 한다. 그 판단이 인간의 가치 체계 위에 서 있는가, 아니면 단순한 통계적 최적화 위에 세워져 있는가.


    3. 법은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 — 알고리즘의 심판대

    법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처벌은 교정의 수단이고, 배상은 공동체의 회복 장치다. 하지만 자율주행의 세계에서 법은 그 전제를 잃는다. 사고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 시스템일 때, 법은 누구를 향해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프로그램에는 죄책감이 없고, 기계에는 양심이 없다. 그렇다면 법은 어디에 윤리적 화살을 겨눠야 하는가? 일부 법학자들은 ‘공유된 책임(shared liability)’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제조사, 프로그래머, 사용자, 감독기관이 각자의 통제 영역에서 일정한 책임을 지는 구조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책임이 나눠질수록 그 무게는 가벼워지고, 피해자의 고통은 그만큼 희미해진다. 법의 느린 속도는 기술의 빠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그 사이에서 사회의 신뢰는 흔들린다. 그렇다고 기술의 속도에 법을 맞추자니 인간의 존엄이 위태롭다. 결국 필요한 것은 속도의 조율이 아니라 투명성의 확보다. 알고리즘의 판단 근거, 데이터 출처, 테스트 과정, 업데이트 내역이 명확히 공개될 때 법은 다시 기능할 수 있다. 기술이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려면, 그것은 심판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법은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고, 기술은 법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법은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 — 알고리즘의 심판대

    4. 기술은 누구의 손에 있는가 — 통제의 환상과 인간의 불안

    자율주행의 기술은 냉정하게 보면 인간의 손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감시자”라는 이름으로 그 곁을 맴돌지만,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운전석에 앉은 인간은 더 이상 조종자가 아니라 관찰자에 가깝다.
    기술이 인간을 해방시키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자율주행의 자동화는 인간의 자유를 확장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선택의 영역을 축소하고, 판단의 주체를 외주화한다.
    인간은 이제 ‘판단하는 존재’가 아니라 ‘승인 버튼을 누르는 존재’가 되었다.
    이 현상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문명적 전환이다.
    우리가 점점 더 많은 결정을 기계에 위임할수록, 책임은 추상화되고 인간의 윤리적 감각은 둔감해진다.
    결국 통제의 상실은 불안으로 되돌아온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여전히 인간의 얼굴을 찾는다.
    그것은 법의 습성이라기보다, 인간 본성의 표현이다.
    우리는 여전히 책임의 실체를 인간의 도덕적 세계 안에서만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기계는 책임을 질 수 없고, 데이터는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간은 여전히 기술의 주인으로 남아야 하며, 책임의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역할을 포기한다면 문명은 방향을 잃는다.


    5. 윤리의 경계 — 효율과 도덕의 교차점

    자율주행차의 알고리즘은 효율을 기준으로 설계된다.
    최단 거리, 최소 연료, 최소 사고 확률.
    그러나 인간의 세계는 숫자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생명과 다른 한 사람의 생명이 충돌할 때, 기계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어린이와 노인 중 누구를 먼저 보호해야 하는가?
    자율주행의 윤리적 딜레마는 철학 교과서 속 사고 실험이 아니라 현실의 법정으로 들어왔다.
    문제는 기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기계는 ‘이익’의 총합을 계산할 뿐, ‘선’의 무게를 재지 못한다.
    결국 프로그래머가 세운 윤리 규칙이 사회의 윤리 규칙을 대체하게 된다.
    이때 등장하는 위험은 ‘윤리의 사유화’다.
    특정 기업의 가치관이 코드의 형태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윤리는 개별 기술자나 회사의 몫으로 남겨둘 수 없다.
    공공의 감시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의 윤리는 철저히 공유재로 다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술은 이익을 위해 도덕을 재설계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선택해야 한다 — 인간 중심의 기술인가, 기술 중심의 인간인가.


    6. 미래의 법정 — 인간이 기술을 심판할 마지막 순간

    머지않은 미래, 법정에서 “피고는 인간이 아니라 시스템입니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때 판사는 누구를 향해 선고를 내릴까?
    AI를 개발한 회사? 데이터를 제공한 정부 기관?
    아니면 차량을 소유한 개인?
    현행 법은 이런 사건을 감당하기엔 너무 인간 중심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법의 진정한 목적은 형벌이 아니라 신뢰의 복원이다.
    자율주행의 시대에도 그 원칙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법은 책임의 대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책임의 경로를 추적해야 한다.
    결국 기술의 모든 판단에는 인간의 흔적이 남는다.
    그 흔적을 추적하는 것이 법의 역할이다.
    법은 기술을 규제하는 벽이 아니라, 인간의 윤리를 되새기는 거울이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의 의도를 뛰어넘을 때조차, 법은 인간의 존엄을 복원하는 언어로 남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명은 ‘책임 없는 효율’이라는 괴물로 변한다.
    자율주행의 미래는 안전한 도로보다 책임의 투명성 위에 세워져야 한다.


    결론 — 인간이 기술을 넘어서는 방법

    기술의 진보는 언제나 인간의 윤리를 시험해 왔다.
    자율주행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핸들을 놓는 순간 인간은 통제의 자유를 잃고, 책임의 무게를 나눈다.
    그러나 진정한 안전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책임의 문화에서 나온다.
    기계가 사고를 내더라도, 그 안의 선택 구조는 인간의 손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자율주행의 본질은 기술의 완벽함이 아니라 책임의 설계다.
    법이 이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면, 사회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전히 인간의 존엄과 도덕적 중심을 지켜낸다면,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지 않고 확장시킬 것이다.
    자율주행의 미래는 ‘무사고 사회’가 아니라 ‘책임을 잃지 않는 사회’다.
    그날이 올 때까지 인간은 여전히 기술의 주인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