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4) 썸네일형 리스트형 후방카메라는 왜 믿을 수 없을까 — 시선의 역설 서론 — 뒤를 보지 않고도 뒤를 본다는 착각자동차 내부에 설치된 후방카메라는 운전자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고안된 자동차 전용 전자기기다. 그래서일까, 이제 운전자는 예전처럼 번거롭게 고개를 돌릴 이유가 사라졌다. 기어를 ‘후진’으로 바꾸는 순간, 화면은 자동으로 켜지며 부드럽게 빛난다. 잠시 뒤, 빨간 선과 노란 선이 마치 손끝으로 그린 듯 정확하게 안전의 경계를 표시한다. 그 선 안에서 운전자는 안심하고, 그 선 밖에서 불안은 잠시 멈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장치는 ‘보는 행위’의 의미를 흐릿하게 만든다. 예전엔 고개를 돌리고, 어깨를 움직이고, 몸 전체로 거리를 느꼈다. 이제는 손끝의 조작과 눈앞의 모니터만으로 ‘본다’는 동사가 완성된다. 기술은 시야를 넓혔지만, 그 시야 속에서 인간의 감각.. 네비게이션은 어떻게 운전자를 길들이게 되었나? — 선택의 심리학 인간이 도로 위에서 길을 잃지 않는 시대의 역설 길을 잃는다는 것은 한때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공포였던 시절이 있었다. 방향을 잃는다는 것은 곧 생존의 위기를 의미했고, 그래서 사람들은 별의 위치와 나무의 그림자를 읽으며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해야만 했다. 그러나 21세기 현대 문명인들은 과거의 그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제 옛날처럼 하늘의 별을 보거나, 주변의 지형을 일일이 기억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스마트폰 속 작은 앱 하나가, 문명인의 손 안에서 모든 방향을 대신 판단해주기 때문이다. 지도는 더 이상 인간의 머릿속에서 기억되거나 그려질 필요없이단 한번의 손가락 터치로 순식간에 목적지가 호출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우리는 더는 과거처럼 길을 잃지 않게 되었지만, 그와 동.. 백미러는 왜 작을까 — 시선의 윤리학 서론 — 작지만 사라질 수 없는 이유운전석에 앉은 인간의 시선은 언제나 ‘앞’을 향한다. 도로의 방향, 속도의 변화, 신호의 색. 그러나 그 한복판에서 언제나 조용히 존재하는 장치가 있다. 바로 백미러다. 그 크기는 손바닥만 하다. 전방 시야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동차가 존재하는 한, 이 작은 거울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 단순한 장치는 인간의 시선을 설계한 기술적 장치이자 심리적 은유다. 백미러는 ‘뒤를 보기 위한 거울’이 아니라 ‘어디까지 뒤를 봐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이다. 즉, 그것은 시선의 윤리학, 기억의 사용법, 그리고 인간의 불안과 통제 본능이 녹아든 상징이다. 이제 우리는 이 거울이 어떻게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압축하는지를 살펴본다.기술이 결정한 시선의 비율백미러의 .. 사이드미러는 왜 항상 나를 바라볼까 — 시선의 철학 서론 — 거울 속에서 운전이 시작된다운전자가 시트에 앉아 시동을 켜는 순간, 인간은 먼저 자기 외부의 ‘바깥’을 보기 전에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사이드미러 각도를 조정하며 시선을 맞추는 이 짧은 순간은, 사실상 ‘운전의 경건한 의식(儀式)’과도 같다.인간은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 발명했지만, 그 출발은 언제나 거울 속 나와의 대면에서 시작된다.참으로 묘하기도 하고, 흥미롭기조차 하다.운전자가 사이드미러를 통해 보는 첫 대상은 도로가 아니라 ‘자신의 눈’이라는 사실이.이는 단순히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인간은 타인이나 세상을 보기 전, 늘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를 확인한다.그런 점에서 사이드미러는 단순한 안전장치가 아니라, 어쩌면 자아를 점검하는 도구인지 모른다.거울 속에 비친 자.. 클락션은 왜 불쾌할까 — 소리의 윤리학 서론 — 불쾌의 시작, 소리가 인간을 멈추게 한다좁은 골목길이나 넓은 도로의 교차로에서 갑자기 “빵빵―” 울리는 경적소리는 누구에게나 불쾌하게 들린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불쾌한 소리 덕분에 행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동시에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의 진원지로 시선을 돌린다.이 행동은 누구도 예외가 없다.그렇다! 소리는 단순한 진동이 아니다.그건 인간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그어주는 윤리의 신호다.도시는 하루에도 수천 번의 소리로 뒤섞인다.엔진의 굉음, 버스의 제동음, 사람들의 대화, 그리고 그 사이를 가르는 한 줄의 클락션.그 소리는 언제나 불쾌하게 들리지만, 묘하게도 그 불쾌함 덕분에 질서가 생긴다.사람들은 그 소리에 반사적으로 멈추고, 눈을 들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문명의 신경계가 스스로.. 자동차 핸들은 왜 둥글까 — 인간의 통제 본능 서론 — 둥근 손잡이의 심리학, 인간은 ‘곡선’을 믿는다운전자의 손이 처음 핸들을 잡는 순간, 우리는 이미 기계와 심리적으로 연결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연결의 매개체가 언제나 ‘둥근 형상’이라는 것이다. 왜 핸들은 네모나지 않고 원형일까? 인간의 뇌는 직선보다 곡선을 더 안전하고 부드럽다고 인식한다. 생리학적으로도 곡선은 공격성을 완화시키는 시각적 형태로 알려져 있다. 원은 방향이 없지만 중심을 품는다. 다시 말해, '통제의 형태’가 아니라 ‘조화의 형태’다. 핸들은 이 곡선 위에서 인간이 속도를 다루는 가장 본능적인 장치를 완성했다.둥근 형태는 단순히 손의 움직임을 편하게 하기 위한 공학적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심리적 본능과 깊이 연결된 ‘형태의 언어’다. 인간은 원을 볼 때 안정감을 느끼고.. 하이브리드의 시작은 납축전지였다 — 실패로 쌓은 진보 서론 — 두 개의 심장을 단 자동차오늘날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와 내연의 조화’로 불린다. 그러나 이 완벽해 보이는 기술도 처음부터 세련된 형태로 태어난 것은 아니었다. 1900년대 초, 인류가 만든 첫 하이브리드는 지금 우리가 아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닌 ‘납축전지’를 심장으로 삼고 있었다. 무겁고, 충전이 느리고, 수명도 짧았던 그 배터리는 효율이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증명하지 못한 실험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그 안에서 “두 개의 동력이 함께 움직이는 미래”를 보았다. 하이브리드의 역사는 기술의 성공담보다 실패의 기록으로 시작된다. ‘속도’를 꿈꾸던 시대에, 에너지의 균형을 이야기한 사람들은 조롱을 받았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흔적은, 한 세기가 지나 다시금 전기차 혁명의 토양.. 시동버튼의 아버지: 불편함을 바꾼 한 기술자의 집념 서론 — 불편함에서 혁신이 태어나다자동차를 탈 때마다 열쇠를 돌리는 행위는 오랫동안 당연한 의식이었다.금속 열쇠를 점화구에 꽂고, 손목의 회전으로 엔진을 깨우는 그 짧은 동작은 인간과 기계의 연결을 상징했다.그러나 어느 날, 한 기술자는 그 순간의 ‘불편함’을 주목했다.열쇠를 꺼내야 하고, 손이 젖으면 미끄러지고, 어둠 속에서는 구멍을 찾느라 허둥댔다.그는 이 작은 불편이 매일 수억 번 반복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그의 이름은 카를로스 세라, 1990년대 말 미국의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던 전자시스템 엔지니어였다.그는 생각했다.“왜 자동차는 스스로 주인을 알아보지 못할까?”당시로서는 터무니없는 발상이었다.차가 사람을 인식하고, 손가락 하나로 시동이 걸리는 시대를 그린다는 것은 거의 상상에 가까웠다.하지.. 전기차는 정말 ‘친환경’일까? — 배터리의 그림자 서론 — 푸른 미래의 빛 뒤에 남은 어둠 새벽의 도로 위, 소리 없이 미끄러지는 전기차의 모습은 현대 문명이 그려낸 이상향 같다. 배출가스도 없고, 엔진의 진동도 없다. 전기차는 마치 “지구를 구하는 기술”처럼 홍보된다. 하지만 그 매끈한 차체 속에는 묵직한 질문이 숨어 있다. 이것이 정말 ‘친환경’일까?우리가 흔히 말하는 ‘친환경’은 대개 배출가스의 유무로 판단된다. 그러나 환경은 공기만이 아니다. 땅, 물, 에너지, 사람의 노동까지 포함된다. 전기차는 이동 중에는 조용하고 깨끗하지만, 그 배터리를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 리튬, 코발트, 니켈을 얻기 위한 광산의 땅은 깊게 파헤쳐지고, 아이들이 코발트 먼지를 마시며 일하는 모습이 그 이면에 존재한다. 우리는 ‘탄소 없는 미.. 제한속도 표지판은 누가 정했을까 — 인간이 만든 속도의 기준 서론 — 도로 위 숫자에 담긴 감정도시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우리는 언제나 숫자와 마주한다. 신호등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60’, ‘80’ 같은 숫자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처럼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러나 그 숫자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고 타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든 사회적 언어다. 제한속도란 기술의 명령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수치로 번역한 약속이다. 도로 위의 숫자는 눈으로는 보이지만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브레이크의 반응속도, 시야 확보 거리, 타이어의 마찰계수 같은 물리적 기준 뒤에는 공포와 신뢰, 자제와 배려가 숨어 있다. 인간은 위험을 감지하고도 그 위험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내는 존재다. 그 질서의 가장 단순한 형태가 바로 ‘속도의 한계’.. 이전 1 2 3 4 다음